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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까북스

말의 시나리오, 김윤나 : 관계의 불편감은 당신의 말을 돌아보라는 신호다.

by 알로네 2022.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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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시나리오
 

 

말의 시나리오

김윤나

프롤로그를 읽는데 문득 요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모든 관계를 차단하고 '은둔하고 싶다'라는 말을 자주 했던 나. 깊은 피로감을 오래 느끼고 있었고 이에 대한 해결은 '고립'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공감받을 수 없는 태도임을 알아도 숨 쉬려면 어쩔 수가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며 숨고 싶은 내 마음에 대해 이해했다. 타인 지향 시나리오에 갇혀 관계의 주도권을 잃은 나를 발견했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만족감을 느끼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내가 하고 있는 말을 돌아보는데 소홀했기 때문에.

이 책은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 '말'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고 편안한 나'로 변화하는 과정을 담았다. 나처럼 인간관계에 불편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저자는 말한다.

당신이 현재 느끼는 관계의 불편감은

삶의 주도권을 되찾으라는 신호이다.

과거에 아주 소중한 무엇인가를

박탈당했고 그 덕분에

타인 지향 시나리오에 갇혔으므로,

앞으로는 타인 중심의 시나리오대로

의심 없이 반복하던 것을 멈추고

내 중심의 시나리오로

바꾸라는 경고이다.

책에선 총 4가지의 타인 지향 시나리오를 소개한다.

  • 복종 시나리오
  • 희생 시나리오
  • 인정 시나리오
  • 결함 시나리오

각각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 복종 시나리오 : 싫다는 말을 잘 못하고, 상대에게 맞춰야 마음이 편한 사람들.
  • 희생 시나리오 : 모든 일을 책임져야 할 것 같고 문제 상황 앞에서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들.
  • 인정 시나리오 : 남들에게 주목받고 싶고, 타인의 사랑과 박수가 필요한 사람들.
  • 결함 시나리오 : 내가 문제라는 느낌에 지배당하고, 자기 자신을 가장 혹독하게 비판하는 사람들.

하나씩 유형을 익혀나갈 때마다 조금 놀라고 말았다. 네 가지 모두 평상시에 작고 크게 느낀 감정들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네 유형의 시나리오는 한 사람에게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로 중첩된다고 조언했다. 이 책에 몰입했던 건 어쩌면 그 이유였을지 모른다. 나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외면할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총 4개의 챕터로 구분되어 있는 이 책의 전반부에서 혼란스러운 마음의 원인을 상세히 나열했다면, 후반부에선 이에 대한 대응 방법을 전한다. 내용은 생각보다 간단했고 정리하면 이랬다.

  • 버릇처럼 했던 과거의 말 멈추기
  • 관찰자 입장으로 나의 말, 나의 감정, 당시의 상황을 알아차리기.

이 두 가지를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워크시트도 소개하고 있다. <체인 분석 시트>라는 것인데 지금 느끼는 감정과 거리를 두고 상황과, 감정, 자신이 했던 반응을 있는 그대로 기재하는 방식이다.

쓰고 보니 사실에 근거한 담백한 리뷰가 되어버렸지만 실은 이 책을 읽으며 자주 울컥했다. 본문에 등장하는 내담자들의 사연에 나를 과도하게 이입했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자신과의 관계에 서툴러 감정을 거부하며 살고 있었다. 저자 자신도 힘든 유년 시절을 고백했다. 저마다 과거의 고통을 품고 하루를 살고 있다고 상상하면 어쩐지 외로움이 줄었다.

유독 한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당신 안에서 일어난 모든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느낄 만했고, 원할 만했다.

자신과 화해할 수 있는 첫 단계는 바로 저것이 아닐까. 나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한결 자연스럽고 편안해진 내가 보이는 순간일 것이다.

 

 


밑줄 그은 문장

당신의 말이 하나의 점이라고 생각해 보자. 점의 형태로 있을 때는 사전적 의미의 차원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무수하게 반복되면 고유의 독특한 패턴을 드러낸다. 특ㅎ 나 자신과, 그리고 타인과 맺는 관계에서 반복되는 이야기가 있음을 보여준다. 점이 모여서 그림이 되듯이 말을 의미 있는 군집으로 엮다 보면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그 마를 과 당신이 살아온 삶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 그런 이유로 나는 말을 대할 때 그 말을 하는 사이 지닌 마음의 상태와 특성을 헤아리자는 관점으로 접근한다. 특히 한 사람에게 반복되는 말의 경향성에 주목한다. 그것은 그 사람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일뿐더러, 삶에서 왜 자꾸 비슷한 결과가 반복되는지 이해하여 그 같은 상황을 변화시키는 열쇠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 모습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부적절감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결국 내 안에 어떤 기준들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타인이 아닌 나의 내적 신호들을 기반으로 크고 작은 선택을 해나갈 때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대화에서도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 이 책은 '말이 들려주는 나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어떻게 기술적으로 잘 말할 것인가'보다는 '내 안에 무엇을 채워서 다르게 말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내부 지향 시나리오 Inner-Directed Scenario를 배워갔다. 내 밖이 아니라 안에서 들려오는 정보들, 예를 들어 나의 감정, 욕구, 선호, 의도, 가치 등을 삶의 중심에 두는 이야기를 뜻한다. 외부에서 들려오는 판단과 평가에 신경을 곤두세우기보다, 내면에 귀 기울이는 방법을 익히게 되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계의 전개도를 그릴 수 있다.

(...) 말의 패턴과 삶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까지의 말을 멈추는 것이다. 습관대로 반응하던 말을 멈추고 자기 내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릴 수 있을 때 새로운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당신이 현재 느끼는 관계의 불편감은 삶의 주도권을 되찾으라는 신호이다. 과거에 아주 소중한 무엇인가를 박탈당했고 그 덕분에 타인 지향 시나리오에 갇혔으므로, 앞으로는 타인 중심의 시나리오대로 의심 없이 반복하던 것을 멈추고 내 중심의 시나리오로 바꾸라는 경고이다.

우리는 앞으로 '나는 왜 이런 상황이 불쾌할까?'라는 물음표를 따라가야 한다. 도망가지 말고, 마주해야 한다. 내 밖이 아니라 안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어야 내면의 힘이 생긴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이야기의 결말을 써 내려갈 수 있다.

무엇을 바꾸고 싶다면 긴긴 시간을 바라봐야 한다. 어떤 말은 과거ㅡ현재ㅡ미래로 연결할 줄 알아야 한다. 과거에 나에게 이런 일이 있었고, 그래서 현재 나는 이런 말을 반복하고 있으며, 미래에 어떻게 달라지고 싶은지 길게 물어야 한다.

사람의 말에는 시간이 산다.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의 흔적, 즉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어떤 경험을 했든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고 또 무엇을 간절하게 바랐는지가 고스란히 묻어 있다. 그 긴 시간 동안 당신은 무엇을 간절하게 원했는지 생각해 보자.

내가 따뜻함에 목마르고, 상연 씨가 안정감을 갈구했듯이 말이다. 우리 시나리오가 시작된 지점은 바로 거기, 아주 중요한 무엇인가를 잃어버리고 그것을 되찾기를 절실히 바라기 시작한 그때였을지도 모른다.

자기 욕구가 다른 사람의 욕구만큼 중요하다는 믿음을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면 내면의 안테나가 밖을 향해서만 세워진다. 안으로 탄탄한 자기감을 쌓는 대신에 주변 정보를 탐색하고 위험성을 평가하는 데 급급해지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에게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 무엇인가를 더 해야 받아들여질 것 같은 불안감, 지금 이대로의 나는 부족하고 무가치하다는 수치심이 들끓는다. 긴 결핍의 시간은 이렇게 한 사람을 '타인 지향 시나리오'에 가둬버린다.

(...) 감정과 욕구를 존중받은 경험이 부족해서이다. 조건적인 애정, 무관심과 비난, 연이은 실패의 경험 때문이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거부당하고, 무시당하고, 조종당한 상처를 지닌 경우도 많다. 이런 경험들이 계속 이어지면 자기 내면에서 출력되는 감정과 욕구 데이터를 신뢰하기 못하게 된다. 내 것을 드러낼 때 부족하다고 느껴지면서 부끄럽고,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심스럽다.

(...) 그러나 아무리 울어도 이미 일어난 일을 바꾸거나 돌이킬 수 없다. 다만 그 일이 내 삶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멈추는 힘은 나에게 있음을 안다. 과거에 발목을 잡혀서 정해진 대로 살지 않고,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는 기회는 우리 손에 있다는 말이다.

 

 

강력한 해결사 한 사람이 모든 일을 처리하면 나머지 가족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이런 사람들을 인에이블러라고 일컫는다. 자신은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망치고 있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용어이다.

(...)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의 저자 앤절린 밀러는 자신을 '인에이블러' 엄마이자 아내라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어떤 고난나 장애를 껴안든 간에 사람들은 그것에 대처할 자기 나름의 개인적인 수단을 개발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누군가 대신해 줌으로써 그 기회를 빼앗으면 안 된다고 말이다.

 

사람은 자신의 진정한 감정을 표현하고 본래 성향대로 행동할 때 편안하고 행복하다. 자신을 충분히 이해하고 내면의 진실에 따라 살아갈 때 자연스러워진다. 그렇게 살려면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타인의 승인에 목을 빼고 살아가면 거짓 자기감이 만들어진다. 다른 사람이 좋아하고 기대하는 바란 대로 완성된 정체감은 실제의 내가 아니다. 실체가 없이 사람들과 대화하고 관계를 맺으면 불안하고, 더 조급하고,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당신도 나처럼 남들이 높여주는 말을 좇아서 여기까지 왔다면 이 말을 곁에 두면 좋겠다. 우리는 누군가를 기쁘게 하려고 태어나지 않았다. 삶은 1인칭 시점에서 살아야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기쁨을 내가 직접 경험해야 한다는 뜻이다.

남들을 위해 웃으면 속으로 울 일이 많아진다. 나를 위해서 웃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를 위해 아껴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누군가 그런 걸 왜 하느냐고 물으면 "그냥", "좋아서", "특별한 이유는 없어"라고 말할 수 있는 활동이 있는가? 그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정신과 의사인 문요한은 <오티움>에서 우리에게는 내적 기쁨을 주는 능동적 여가 활동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자기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자기 지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자기 지도는 나를 발견하고 탐색해나갈 때 그려나갈 수 있는데, 나를 발견하고 탐색하기 위해서는 내 영혼을 기쁘게 하는 놀이를 찾아서 체험해야 한다.

(...) 셀프 대화를 하다 보면 안테나가 내 안으로 더 깊이 감지한다. 나 아니고서는 누구에게서도 답을 찾아낼 수 없는 데이터가 쌓이면서 자기감이 만들어진다. 그것이 바로 내부 지향 시나리오다.

<스틸 니스>를 쓴 라이언 홀리데이는 우리는 무엇보다 더 많이 고요하기를 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짜 필요한 소리를 들으려면 목소리가 부재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홀리데이는 "정보를 제한하고 소리를 작게 줄여야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 깊이 알 수 있다. 짧은 시간이라도 입을 다물면 마침내 세상이 우리에게 하려고 했던 말을, 혹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들을 수 있게 된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당신도 당신만을 위한 연민의 언어를 가지고 다니며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것은 고통의 순간이다. 고통은 삶의 일부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나 자신에게 친절하기를. 내가 나 자신에게 필요한 연민을 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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