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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까북스

그냥 하지 말라, 송길영 : 미래에 살아남는 사람들이 궁금한다면 이 책.

by 알로네 2022.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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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하지 말라

 

그냥 하지 말라

송길영


 

예기치 않은 질병이 창궐하면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2년이 넘었건만 코로나는 여전히 우리 곁에 있고, 바이러스와 함께하는 삶은 우리 주변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출근 없는 업무를 경험했고 개인의 이동 경로가 정확하고 신속하게 공유되었으며 모니터 안에서 사람들과 인사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순식간에 변화의 한 가운데로 던져졌다.

"다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 종식 후 과거로의 회귀를 기대하고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은 단호히 말한다.

인류가 공통의 경험을 하면 변화의 합의가 빨라진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이렇다. 아직은 이르다고 판단했던 것들(재택, 무인 서비스, AI, 메타버스 등)을 우리는 반강제적으로 체험했다. 새로운 미래의 편의와 효율을 전 세계적으로 경험한 것이다.

좋은 걸 버리고 다시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대중이 모이면 그것이 사회적 합의가 된다.

이미 한국 사회는 '돌아가지 않는다'로 합의했다는 전제하에 이 책은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세 가지였다.

  1. 분화하는 사회
  2. 장수하는 인간
  3. 비대면의 확산

 

 

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혼자 사는 사람은 더욱 늘어나고,

이들의 수명은 길어질 것이며

이들의 정서적 특징은

대면을 부담스러워한다는 것.

 

미래 사회에서 달라지는 인간상을 보여준 설명이다. 그러면서 조용히 일침을 가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생각 없는 근면성'이다. 빠른 속도로 자동화되면서 인간 노동의 대부분은 기술에 대체될 건데 이런 변화의 국면에서 무모하게 'just do it'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무조건 열심히만 하는 게 답은 아니라는 것.

저자는 반복해서 '생각의 방향'을 강조했다.

방향을 먼저 생각하고,

그다음에 충실히 해야 합니다.

그냥 해보고 나서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하고 나서 검증하지 말고,

생각을 먼저 하세요.

'Just do it'이 아니라

'Think first'가 되어야 합니다.

 

저 문장을 읽으면 마땅히 이런 질문이 생긴다.

도대체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

도대체 어떤 방향성을 지녔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1. 바야흐로 사람이 상품이 되는 시대.

현대의 노동자들은 유형이건 무형이건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팔아야 한다.

2. 서글프게도 중간(평범)의 인간은 대체된다. AI는 중간을 학습한다. '남들도 다 그래'와 같은 식으로 편하게 국룰을 따르는,

그러니까 지극히 평범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안타깝지만 쉽게 대체된다.

3. 생존하려면 내가 다른 이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는 직업이 필요하다. 즉, 미래 인간의 업은 콘텐츠 크리에이터거나 플랫폼 프로바이더일 것이다.

 

 

이렇게 결론 내릴 수 있는 이유는 물질이 넘쳐나는 풍요사회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필요'에 의해 소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생의 사람들은 특정한 '의미'를 구현하기 위해 소비한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 또는 자신이 추구하고 싶은 신념과 일치하는 브랜드를 구매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드러낸다. 자신의 메시지를 설명한다.

이 책의 부제가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 세계가 연결되었기 때문에

1) 자신의 메시지를 다듬어야 한다는 것

2) 그 메시지를 꾸준히 기록하며 흔적으로 남겨야 한다는 것

3) 일관된 메시지가 쌓이면 하나의 독창성이 되고, 의미가 되며, 나를 증명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4) 이런 식으로 크리에이터가 돼야 미래에는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100daysofpractice라는

인스타그램 해시태그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100일간의

연습 기록을 남기는 거예요.

누군가는 콘트라베이스를 100일간 연습합니다. 첫날은 잘 못 켜겠죠.

그러다 100일째는 꽤 그럴듯하게 한곳을 연주합니다.

그걸 보는 우리는 감동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그가 했으니까요.

이미 일가를 이룬 사람의 퍼포먼스를 보는 건 그에 대한 존경심의

발로이자 우리 취향을 향유하는

행위에 머무릅니다.

그런데 전혀 못하던 사람이 짧은 기간에 노력해서 만든 성취는 대가의 그것을 넘어선 감동을 줍니다.

그의 분투와 주체성이

오롯이 다가오기 때문이죠.

이렇게 주도하는 삶이 되려면, 나를 드러내는 기록을 조금씩 쌓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헌데, 이쯤 되면 이 책의 제목이 왜 '그냥 하지 말라'인지 궁금해진다. 자신의 독창성을 보여주기 위해 성실히 기록하라면서 정작 책의 제목은 하지 말라고 조언하라니, 모순적인 주장이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책의 후반부에 나온다.

정확한 데이터가 방대하게 쌓이고 이를 토대로 무엇이든 속속들이 점검하고 확인해 볼 수 있게 되면서 사회는 투명해진다. 이런 구조 속에서 개인은 숨을 수 없다. 거짓의 독창성을 팔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 나', 그러니까 진정성 있게 자기다워지려면 일시적인 배움에 머물지 말고 깊은 궁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명료하다.

내가 이 책에 감탄을 금치 못했던 이유는 그가 말하는 메시지가 매우 분명하고 희망적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에 있던 이 메시지 만으로도 책의 제목과 그리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히 드러난다. 게다가 이성적인 사고로 오래 숙고한 방향이라면 믿음을 가지라는 응원도 덧붙인다.

(우습게도 나는 이 대목에서 위로 받았다. 여기 저기 흩뿌려놓듯 생각의 단면을 적어놓은 내 기록의 의미를 대신 설명해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진정성 있는 독창성을 지니려면 갈 길이 멀지만 그럼에도 기록이 버거울 때마다 이 책의 저 문장을 떠올릴 것 같다.)

총 평


마지막 장을 덮고 책의 표지를 오래 바라봤던 것 같다. 소설책도 아닌데 여운이 길었다. 질문도 많아졌다. 책의 본문에는 데이터에 근거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아 방대한 상식을 배우는 것 같았는데 완독하고 나니 내게 남은 건 그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나 자신'이었다.

지키고 싶은 나의 신념, 사람들에게 표현하고 싶은 나의 부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나의 취향과 애정,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 등.

많은 질문이 나에게 쏟아졌다.

하지만 곱씹어 봐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번에 알아챌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책 제목처럼 저자의 조언을 따라야 했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 그러면서 이 한 줄만큼은 새겼다.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꾸준히 발신하라.

타인의 꿈을 복사하지 말고 내 것을 만든다. 그러기 위해 오래 그리고 깊이 나와 변화하는 사회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 숙고의 과정을 꾸준히 공개적으로 기록한다.

대체되지 않는 존재로 살아남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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