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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까북스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양다솔

by 알로네 202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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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양다솔

2년 전인가, 이슬아 작가의 친구로서 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다. <책, 이게 뭐라고>라는 팟캐스트에 동반 출연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는 무심한 눈으로 새로운 작가들의 탄생을 인지했던 것 같다. '자체적으로 메일링 서비스를 시작할 수도 있는 거구나', '패기 있는 20대다' 이러면서.

그런 싱거운 생각을 하고 분명 지나쳤는데 이상하게 둘의 이름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새살이 돋 듯 호기심이 천천히 돋아났다. '언젠가 그들의 책을 읽겠구나' 싶었는데 그날이 2년 후일 줄은 미처 몰랐다.

만남마저 우연이었다. 이슬아 작가의 책을 처음 읽게 된 건 내부 행사 때문에 도서관이 너무 시끄러워 서둘러 나오려는 순간에 손에 잡혔기 때문이었는데, 양다솔 작가의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교 도서관의 폐관 시간이 다다랐을 때 어쩌다 눈에 들어온 게 바로 이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참 별것 아닌 이유로 그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 거다. 첫 접촉은 미미했으나 끝은 결코 하찮지 않다. 이슬아 작가의 이어 그녀의 친구, 양다솔 님에게도 나는 금세 빠지고 말았다.

그녀는 살아온 인생 자체가 모험적이다. 십 대 때 절에 행자로 들어가기도 했고, 이십 대 때는 유럽을 무전으로 여행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란 직업을 포함해 여러 밥벌이를 거친 그녀는 이십 대 후반에 대책 없이 퇴사한 이력도 있다. 삶이 다채롭고 생생해서일까. 삼십이 채 되기 전에 풀어놓은 그녀의 이야기는 쫓아가는 것만으로 어떤 기세가 느껴졌다. 익살스러우면서도 진지하고 강렬하면서도 그윽한. 상반된 형용사들로 수식해도 이상할 정도로 모두 어울리는 사람. 그 풍성한 매력 덕에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읽은 책이다. 실소와 탄사가 함께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걸 경험하고 싶다면 추천한다.

+덧.

그녀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인터뷰 영상

(뒷부분 자신에게 보내는 영상편지에서 어쩐지 울컥)

https://url.kr/rc3y67

 

 

 

*인상 깊은 부분

엄마는 내가 삶에 대한 헛된 기대나 환상을 가지며 상처받기보다는, 아프더라도 현실을 받아들이며 살기를 원한다. 그녀 본인부터가 누군가에게 충분히 칭찬을 받으며 자라지 못했다. 격려나 북돋움보다는 지적이나 다그침을 받으며 살았다. 그녀는 한 번도 나에게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거나 예쁘다고 말해준 적이 없다. 그녀가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된 돌림노래 같은 것이다. 칭찬을 받지 못한 아이가 커서 칭찬을 해주지 않고, 또 칭찬을 받지 못한 아이가 칭찬을 해주지 않는 식이다.

 

그래서 나는 탕에 앉자마자 가져온 책을 꺼내 들었던 것이다. 그러고는 읽기 시작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런데 다음 날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글쎄 엄마도 말없이 책을 꺼내는 것이었다. 우리는 아무도 몸을 담그지 않는 가장 뜨거운 탕에 나란히 발을 담그고 앉아 책을 읽는 모녀가 되었다. 그건 내가 생각해도 좀 볼거리였다. 우리는 모종의 관광 상품처럼 앉아 있었고, 사람들은 우리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지나갔다. 나는 그 사실이 너무 웃겨서 땀을 흘리며 책을 읽다가도 고개를 들고 푸하하 웃었다. 앞에는 땀을 흘리며 책을 읽는 엄마가 있었다. 사실 엄마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본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나는 자꾸만 그녀를 힐끔거렸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엄마와 한 달간 살게 된 에피소드를 읽고 나 또한 별안간 엄마와 데이트가 하고 싶어졌다.

 
 

친구와 온탕과 냉탕을 오가던 때의 감각과 사유가 멋져서 기록해 본다.

느려서 '달팽이'란 별명을 갖고 있던 친구의 이야기. 왜 그녀가 좋아졌는지 표현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좋았던 대목

- 스스로를 챙길 줄 아는 것은 언제나 필요한 덕목이다. 적어도 나는 나의 고생을 알아주는 내가 있는 것이다.

- 문득 이 시대의 대다수는 최고가 아니라 기껏해야 최고를 보조하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았던 대목

- 내 삶의 목적은 자본가가 된다거나, 상품 가치가 높은 사람이 된다거나, 소비력을 많이 갖는 데에 있지 않았다. 나는 나만의 고유한 분위기가 갖고 싶었다.

- 지난여름, 유난히 길었던 장마 동안 가장 집중해서 보았던 것은 우울이었다.

- 마지막 글 '홈리스'는 마치 소설처럼 읽혔다. 나로선 절대 바라볼 수 없는 선택들을 하는 저자에 자주 놀라면서도 그녀의 경험이 흥미로워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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