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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까북스

가벼운 책임, 김신회

by 알로네 2022.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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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책임

김신회

 


불혹이 넘은 나이에 스스로 어른인지를 되돌아본 저자는 문득,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유기견을 입양한다. 그리고 풋콩이를 키우면서 깨닫는다. 내가 개를 훈련하는 게 아니라 개가 나를 훈련하고 있음을.

본문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1) 풋콩이를 입양하기 전의 마음 2) 입양 과정 그리고 3) 풋콩이와 함께하는 삶. 이 흐름에서 내가 느낀 건 저자의 '정성'이었다. '유기견을 입양했다'로 간단하게 쓰일 하나의 사건을 돋보기로 면밀히 관찰한 기분. 그래서 한 사람의 구체적인 성찰이 잘 담긴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나의 책임감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고)

 

책임감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나서도 한동안 쓰지 못했다.

진도가 안 나갔다.

생각만으로도 부담스럽고 자신 없었다.

그러다 일단 내가 매일 반복하는 일에 대해 써보기로 했다.

쓰다 보니 의외로 거기에 책임감이 있었다.

작지만 단단한, 수시로 만져

반질반질해진 돌멩이 같은 책임감을

나는 하루에 다섯 번씩 반복하고 있었다.

책임감은 특별한 게 아니다.

오늘 하루, 하기로 한 일을 잊지 않는 것.

귀찮거나 싫어도 해보는 것.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일은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

그걸 깨닫고 나니 조금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 책임감에 대해서 쓸 수 있을지도 몰라.

'어른'이라는 말은

얼핏 밖을 향하고 있는 것 같지만

내 안에서 먼저 해결되어야 하는 개념이다.

어른이란 스스로 결정하는 존재,

행동하는 존재,

좌절이나 후회 또는 실패도 감당하는 존재,

자신에게 단호하면서도 너그러운 존재.

“계속 괴로워하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

이제껏 충분히 괴로웠는데, 똑같이 살 수는 없잖아요.”

몇 년 전 뒤늦게 심리학 전공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학교에 다닐 때, 수업에서 들은 말이다.

심리상담사로 활동하시는 교수님은

심리 상담을 통한 변화에 회의적인 내담자들에게

그렇게 말씀하신다고 했다.

인생이 드라마틱 하게 바뀌진 않는다 해도,

적어도 괴로웠던 과거나

여전히 괴로운 지금처럼 살 수 없지 않냐며

반문하신다고 했다.

얼핏 평범한 그 말이 그날따라 가슴에 사무쳤다.

마흔을 앞둔 나이에 새로운 걸 배워보겠다며

낯선 교실에 앉아 있었던 이유도,

더는 이렇게 못 살겠으니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다짐 때문이었으니까.

책임에서 도망치기 위해,

책임감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더는 책임감을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

몇 년을 보낸 지금, 그때의 나를 만난다면 말해주고 싶다.

“책임감을 생각하면 숨도 못 쉬겠지?

달아나고 싶어 미칠 것 같지?

다 됐고, 일단 좀 느긋해져 봐.

실수해도 그러려니 하고,

방황하는 것 같아도 좀 기다려보고,

남에게 상처 주거나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그게 곧 너라는 사람 전체를 규정짓진 않는다는 걸 믿어봐.

늘 만회할 기회는 있다?

적어도 알려고 하거나

인정하거나 마주하는 사람에게는 말이야.

그러니 도망치지만 말자고.

일단 너에게 먼저 관대해져보자고.

네가 너를 봐주지 않으면 누가 널 봐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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